어머니의 기억
젊은 시절, 그렇게도 총명하시던 우리 어머니... 그러나 지금은, 오늘 점심 때 무엇을 드셨는지, 누가 밥상을 차렸는지도 모르신다. 무엇이 우리 어머니의 기억을 빼앗아 갔을까? 너무 야속할 뿐이다. 며칠 전, 어머니와 함께 마트에서 장을 보았다. 동태가 있어서 한 마리 샀다. 어머니께서는 여기저기 유심히 보시더니, 바지락을 하나 집어 드시며, "동태탕에는 바지락을 넣어야 국물이 시원하다"고 하셨다. 그리고 집에 와서는 동태 샀던 것을 잊어버리셨다. 꽃다운 서른아홉, 한창 크고 있는 오남매를 남겨두고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셨을 때도 오로지 정직과 성실함과 믿음의 끈으로 버텨내신 분이다. 어려운 시절, 물질적으로 풍족하게 키우진 못했지만, 나름 최선을 다 하셨고, 최고의 선물인 신앙을 심어 주셨다. 이제 우리..
2024. 1. 16.